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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지붕없는 박물관에서 왕비의 제사 재현

2020-08-25 Hit.76

성북구 선잠단지 고증 … 공립박물관으로

한양도성자락 역사지구 '의복문화' 도성 밖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조선시대 '왕비의 제사'인 선잠제의 역사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한양도성자락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항일운동과 근현대 문화예술 자취에 또한가지 매력이 더해졌다.




서울 성북구가 조선시대 왕비의 제사를 재현한 공간을 마련했다. 선잠단지박물관 개관식에서 김영배 구청장 등 참석자들이 생생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지난 10일 개관한 성북선잠박물관은 조선시대 초기에 축조된 국가 제사시설 선잠단지에서 기원한다. 
누에농사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선잠제)를 지냈던 제사시설. 의복 원료이자 화폐로 통용됐던 직물 생산을 확대해 재정을 확보하고 민생 안정을 꾀했던 당시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주요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다른 국가 제사와 달리 왕이나 남성이 아닌 여성인 왕비가 주체가 돼 제를 올렸다는 점에서 차별성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성북구는 일제 강점기 직전 중단됐던 선잠제를 1993년부터 재현, 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로 규모를 키웠다. 
2013년 한양도성자락 성북동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하고 박물관 특화거리 조성을 추진하면서 역사적 공간인 선잠단지 복원계획을 마련했다. 2016년 선잠단지 정밀 발굴조사를 시작, 선잠단 원래 위치와 전체 규모를 확인하고 원형 복원을 준비 중이다.


선잠박물관은 국가 제사시설이라는 역사적 가치에 조선시대 의복문화·생활상을 더한 지역 내 첫 공립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에 들어선 3개 전시실과 개방형 수장고는 선잠제와 선잠단, 비단과 궁중의류 관련 유물로 채워져 있다.


'터를 찾다'를 주제로 한 1전시실은 선잠제와 선잠단지 역사가 담긴 공간. 
인간에게 처음 양잠을 가르쳤다는 서릉씨를 선잠(先蠶)으로 받들어 한해 풍요와 안정을 기원했던 선잠제, 조선시대부터 6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선잠단지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 전시실 '예를 다하다'에는 주요 국가의례였던 선잠제를 생생한 모형과 입체영상으로 구현했다. 
'풍요를 바라다' 주제 기획전시실에서는 선잠제를 통해 풍요를 기원하고 얻었던 결과물이 눈길을 끈다. 왕실 예복으로 사용된 비단과 자수, 궁중잔치에서 사용된 소품 장신구 등 '예술로 승화된 비단'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 수장고는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양잠과 직조 관련 도구를 통해 누에고치부터 값비싼 비단까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비단 원단을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왕실의 비단창고'도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성북구는 25일부터 정기 과정을 통해 박물관 탐험과 전통매듭 등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조선시대부터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남아있는 선잠단과 그곳에서 이루어진 선잠제는 건축 음악 무용이 결합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선잠박물관은 선잠단과 선잠제가 본 모습을 되찾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잠박물관 개관으로 성북동에 볼거리·즐길거리가 또하나 더해지면서 역사문화지구가 한층 빛을 발하게 됐다. 성북동에는 한양도성 숙정문과 혜화문이 축조되고 1400년대 초반 선잠제향이 시작된 조선시대뿐 아니라 독립선언서 공약삼장을 쓴 한용운의 심우장, 국외로 반출되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보화각(간송미술관 전신) 등 일제강점기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근대에는 상허 이태준의 수연산방, 수화 김환기의 신혼집 수향산방, 혜곡 최순우의 옛집 등 문인들의 사랑방이자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었다.

성북구는 지난 2009년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공립미술관을 연데 이어 작은갤러리 예술창작터 성북도원까지 열린 문화예술공간을 더했다. 구는 "성북동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한다"며 "언제 어느때나 오래된 벗처럼 환영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